특허 권리범위확인심판, ‘기술이 같으면 침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특허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기술 비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구성이 같으니까 침해”, “구성이 다르니까 비침해”.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거라는 기대. 그런데 실무에서는 기술 비교까지 가기도 전에 결판이 나는 사건이 꽤 있습니다. 경쟁사로부터 “당신 제품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통보를 받으셨거나, 반대로 경쟁사 제품을 보며 “이건 우리 특허 아닌가” 하고 고민 중이신 분이라면,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실 겁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매를 멈춰야 하는 건 아닌지, 잠이 안 오는 밤도 있었을 거고요.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진짜 승부가 갈리는 포인트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 포인트를 놓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정리될 겁니다. 연 매출 80억 골프용품의 특허 분쟁을 실제로 방어한 사례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1.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 특정’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2. 안료와 염료, 한 글자 차이가 80억 매출의 운명을 갈랐다면?
3. 심판 각하 이후, 실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1.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 특정’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상대방 제품(또는 기술)이 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 심판이 성립하려면, 비교 대상이 되는 발명. 확인대상발명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특정’이란 단순히 “이런 제품입니다”라고 적는 것이 아닙니다.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와 1:1로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기술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확인대상발명이 모호하면 특허심판원은 기술 비교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교할 대상이 불분명한데 “권리범위에 속한다/속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거거든요.
실제로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청구인(특허권자)이 확인대상발명을 부정확하게 기재하면, 심판 청구 자체가 각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술이 같은지 다른지를 따지기도 전에, 절차적 요건 미비로 사건이 끝나는 것입니다.
확인대상발명이 명확하게 특정된 경우: 기술 구성 대비 → 권리범위 속부 판단 진행
확인대상발명이 불명확한 경우: 대비 불가 → 심판 청구 각하 (본안 판단 없이 종결)
핵심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첫 번째 관문은 기술 비교가 아니라 확인대상발명의 적법한 특정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했다면, 실제 사건에서 이 쟁점이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다음 문제이거든요.
2. 안료와 염료, 한 글자 차이가 80억 매출의 운명을 갈랐다면?
골프용품 브랜드 N사는 자외선 차단 패치라는 효자 상품으로 연 매출 80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쟁업체 H사가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N사 제품이 우리 등록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심판 청구서를 받았을 때 N사 추대표님이 가장 먼저 하신 질문은 “이걸로 제품을 멈춰야 하는 건가요?”였습니다. 연 매출 80억이 걸린 문제였으니, 그 불안은 당연한 것이었을 거고요. H사 특허의 핵심 구성은 ‘안료가 포함된 섬유층’이었습니다. 피부색을 내는 패치에 안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술적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H사가 확인대상발명을 기재할 때, 패치의 색을 내는 성분이 ‘안료’인지 ‘염료’인지를 명확히 적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분이 “안료나 염료나 비슷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물성과 작용 원리가 완전히 다른 착색제입니다.
안료: 물이나 유기용제에 녹지 않는 분말상 착색제. 입자가 표면에 부착되는 방식
염료: 물이나 유기용제에 녹아 단분자로 분산되는 착색제. 섬유 내부로 침투하는 방식
확인대상발명이 안료를 포함하면 H사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할 가능성이 있었고, 염료를 포함하면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H사는 이 구분을 하지 않은 채로 심판을 청구한 것입니다.
저희는 바로 이 지점을 포착했습니다.
“특허발명에는 ‘안료’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데, 확인대상발명에서는 색을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조차 특정하지 않았다. 이는 확인대상발명이 적법하게 특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 주장을 핵심 쟁점으로 세웠습니다.

물론 이것만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N사 제품의 기술 구성이 이미 1970년대 일본에서 공지된 기술에 해당하므로 자유실시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확인대상발명의 보정이 요지변경에 해당하여 불가하다는 점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결국, 확인대상발명이 안료인지 염료인지에 따라 권리범위 속부가 달라지는데, 그 구분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이 사건의 결정적 빈틈이었습니다.
3. 심판 각하 이후, 실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특허심판원은 H사의 청구를 기각했고, H사가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허법원은 확인대상발명의 특정 미비를 인정하며 심판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소송 비용도 원고(H사) 부담으로 판결했습니다.

이 결과가 실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첫째, N사는 제품 판매를 중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심판이 각하된 것이므로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판단 자체가 내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N사 대표는 현재까지 해당 제품을 정상 판매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H사 입장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을 다시 명확하게 특정한 후 새로운 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N사 제품이 실제로 사용한 것은 안료가 아니라 염료였기 때문에, 명확하게 특정하면 오히려 비침해가 드러나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추가 청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이 사건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는 쪽에도 중요하게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심판을 청구할 때 확인대상발명을 “대충 비슷하게” 적으면,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한 채 각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구하는 입장이라면, 확인대상발명의 각 구성이 특허발명과 1:1로 대비 가능한 수준까지 기재해야 각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핵심 구성요소의 기술적 표현이 특허명세서와 정확히 대응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경쟁사에서 “특허 침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 순간. 80억 매출을 지켜낸 이 사건도 처음엔 같은 불안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사례에서 보셨듯, 특허 분쟁은 “침해다/아니다”가 감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있고, 그 절차 안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지킬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지킬 수 있습니다.
특허 분쟁 걱정 없이, 만드신 제품을 당당하게 팔 수 있는 그 날이 오도록.
지금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당하셨거나, 청구를 검토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부담 없이 문의해 주십시오. 상황을 들어보고, 어떤 방향이 맞을지 안내드리겠습니다.
편히 연락주십시오.
감사합니다.